[제주도 스시 오마카세 추천] 제주 스시앤(えん)
제주로 떠나 오마카세와 함께 여행에, 음식에, 술에 취하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 세줄 요약 -
가성비 : 4점 / 5점
베스트 : 훈연한 삼치 "시그니쳐 인지는 모르겠으나, 짚불로 훈연한 삼치의 맛은 정말 감동이다."
워스트 : 금태 "금태는 구워서 먹도록 하자"
2주 전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화와 지름신을 참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제주도 왕복 보딩패스와 호텔을 예약하고 렌터카를 알아보고 있었다.
결국 렌터카도 예약을 마치고 나니, 작년에 방문했던 스시코하쿠를 다시 방문하고 싶었으나 요즘 인기가 많은 탓인지 예약이 마감이었다.
코하쿠를 방문하기 전에 제주도 스시야 목록을 정리하던 도중에 최종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스시앤이 떠올라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토요일 런치 자리 있을까요?"
"2부, 2자리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약이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예약을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차를 찾고 스시앤으로 향했다.
도착했으나 지하주차장이 만차이고 주차공간이 다소 협소해 보여서 렌터카지만 긁히는 것은 싫어서 옆에 공영주차장이 크게 있어서 여기 주차했다.
주차요금은 주말이라 발생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엄청 관리된 올드 BMW 3시리즈, 5시리즈 2대가 있었다. 주인분 부럽고 존경합니다.)
오픈한 지 제법 오래된 업장이어서 그런지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좀 보인다.
그리고 스시야에서는 처음 보는 모범음식점 명패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원산지 표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참치를 제외한 모든 것이 국내산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아래 처음 보는 스티커들이 장식되어 있기에 한번 찾아봤다.
미식의 세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몰랐는데 약간 한국판 미슐랭가이드(?) 느낌을 받았다.
블루리본 서베이(출처 : 나무위키) - 요약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 리본 1<2<3 순으로 고평가 맛집"
2005년 국내 최초로 발행한 국내 맛집 가이드로 그 해 11월 가이드북으로 발행되었다. 일반인 평가자와 음식 전문 평 가자들이 국내에 있는 맛집을 탐방하거나 직접 가봤던 맛집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리본 1개, 리본 2개, 리본 3개를 주고 있다.
리본 1개와 2개는 일반인 평가가 가능하며 리본 3개는 전문가 위주로 평가가 진행되는 편이다. 리본 1개를 받은 곳은 다시 방문할 만한 맛집, 리본 2개는 주변인 추천에 맞는 맛집, 리본 3개는 전문적인 메뉴와 요리 수준을 보여주는 맛집으로 평가받게 된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 등이 대상이며 2021년 현재 리본 3개를 받은 곳은 서울 기준으로 38개다.
블루리본 평가를 받은 맛집이나 카페는 입구에서부터 블루리본 스티커가 부착되며 평가에 따라 개수가 다를 수 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입구에 실장으로 명함에 나와있는 김호열 셰프님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맛있게 스시를 먹게 해 주셨던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코하쿠와는 다르게 되게 진중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헤어스타일과 목소리가 중저음이셔서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자 형태의 다찌로 나무로 구성되어 있고 보통 높낮이 차이가 있는데 여기는 앞에 숙성되고 있는 필렛들이 보이는 형태로 셰프의 공간과 손님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차를 가져오시니 대부분 술을 드시지는 않을 것 같으나 참고하시면 좋은 주류 메뉴판, 종류가 굉장히 많다.
역시나 시작은 차완무시였으나, 특이점이 있었다.
제주 촌닭으로 육수를 내고 매생이와 표고, 닭고기가 들어있었다.
닭으로 낸 육수 덕분에 고소함이 배가 되고 달걀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면서 피니시는 매생이의 향이 올라왔다. 마치 닭요리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 지방의 요리를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음으로는 스노모노가 나왔다.
오돌이와 전복, 한치, 새우와 해초(?)가 한 그릇에 담겨서 나왔고 한입에 다 넣고 먹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먹었는데 입맛을 돋우기에는 좋았으나, 음...재료의 조화는? 였다.
사시미는 역시나 국민생선인 광어가 나왔다.
숙성이 정말 딱 깔끔한 정도로 되었고 적당한 기름짐이 올라와서 먹고 바로 맥주가 당겼다.
차를 좋아하지만 이럴 때에는 참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니기리 스타트!
첫 번째로 나온 피스는 민어에 아래에는 실파를 넣고 영귤즙을 뿌리셨다고 한다.
보양식으로 유명한 민어, 항상 먹어보고만 싶었지 먹어본 적이 없어서 생에 첫 민어였다.
흰 살 생선 답지 않은 기름짐과 녹아 없어지면서도 씹는 맛도 살짝 있다.
다 먹고 나면 상큼한 영귤의 맛이 입에 남는다.
두 번째 피스로는 금태가 나왔다.
금태 아래에는 유자껍질과 청양고추로 만든 유즈코쇼를 받쳐서 내어주셨다.
개인적으로 금태는 구워서 기름기를 올라오게 해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 피스로는 이제 정말로 끝물인 방어가 나왔다.
끝물인 제주 방어라고 하시며, 5일 숙성하셨다고 하면서 내어주셨다.
역시 방어는 12~1월이 제일 맛있다.
기름진 맛을 기대했는데 역시 한 겨울에 먹는 방어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녹아 없어지는 느낌 대신 씹는 맛이 느껴졌다.
세번째 피스가 나오고 거의 동시에 미소시루(장국)가 서빙됐다.
딱새우 내장과 머리로 육수를 냈다고 하는데, 지금 것 먹어봤던 스시야 중에서 장국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온도감도 뜨겁게 내어주셔서 그런지 딱새우의 향이 확 올라와서 속 풀리는 동시에 술이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다음으로는 제주의 유명한 생선들 중 하나인 한치가 나왔다.
한치 위에 유자껍질, 매실, 히말라야 핑크솔트를 뿌려서 내어주셨다.
한치는 향이 적고 식감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위에 뿌려주신 것들 덕분에 향을 즐기며 먹었다.
다섯 번째 피스로 전갱이가 나왔다.
전갱이 반마리입니다 하면서 내어주셨는데 크기를 보고 놀랐다.
네타가 커서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고 입에 넣었는데 밸런스는 무너질지언정 나는 입에 꽉 차고 녹아 없어지면서 여운을 남겼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전갱이....스시앤에서 인생 전갱이를 만났다.
여섯 번째로 나온 아까미(참치 속살), 항상 참치 속살이 나오면 비리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고는 한다.
걱정을 단박에 날려버리며 산미를 남기고 입 안에서 녹아서 없어져 버렸다.
일곱 번째 피스로 연달아서 참치 대뱃살이 나왔다.
좋은 부위를 받아서 그런지 딱 봐도 훌륭한 기름짐과 함께 위에 뿌린 향초 소금이 눈에 띄었다.
기름짐은 충분했으나, 향초 소금의 양이 많았던 탓일까 살짝 짰다.
다음으로는 시라꼬(복어정소) 위에 안키모(아귀간)을 올려서 내어주셨다.
와사비 다 먹은 것을 눈치 채시고 세팅하시기 전에 와사비를 옆에 더 주셨다.
와사비를 넣고 다 비벼서 먹으라고 하셨으나, 반으로 쪼개서 입에 그대로 한쪽을 넣어서 먹고 엄청난 기름짐과 고소함을 느끼고 사진에 보이는 와사비 절반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순순히 남은 절반을 와사비를 넣고 섞어서 먹었다.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섞지 않고 먹는 쪽이 더 맛있었다.
으깨는 것보다는 살짝 식감도 느낄 수 있도록 절반은 통째로 먹고 후에 와사비를 집어먹으면 느낌함도 바로 사라진다.
다음으로는 감태 위에 딱새우, 우니, 연어알을 싸서 주셨다.
시작 전에 옆에 있던 일행이 생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려드렸으나, 먼저 주시다가 아 맞다 죄송해요 하고 나한테 건네주셔서 그 위에 내 몫이었던 딱새우를 더 올려서 거대한 비주얼이 되었다.
입에 꽉 차기는 했으나 더 얹은 딱새우 덕분에 모든 맛이 딱새우로 시작해서 딱새우로 끝나버렸다.
이 타이밍에 튀김이 서빙됐다.
기스(보리멸)을 튀김과 옆에는 토마토 초절임이 함께 나왔다.
보리멸 튀김은 여러 번에 걸쳐서 베어서 먹었는데, 위에 적당하게 뿌려진 소금과 덕분에 간간해서 맥주가 다시 한번 당겼다.
간간하면서 바삭한 튀김옷을 베어 물면 겉에 튀김옷과는 정반대의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보리멸의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이거 따로 치킨처럼 한 박스 팔았으면 좋겠다. 진짜 이거면 1.5L 피쳐도 비울 듯 ㅋㅋㅋㅋ....
토마토 초절임은 입가심으로 먹기엔 조금 달았다.
아홉 번째로는 삼치가 나왔다.
내어주시면서 불에 구운 것이 아니고 볏짚에 훈연한 삼치입니다.
하시고 강조하면서 내어주시고 뒤에 다른 셰프님은 내어 주시고는 인스타로 볏짚으로 훈연하는 영상으로 보여주시고 계셨다.
입에 넣자마자 확 올라오는 볏짚의 향과 함께 삼치는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면서 기름짐만 남겼다.
강조한 만큼 맛있었고 이 집의 시그니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피스 때문이라도 재방문을 하고 싶다.
스모키 하면서 부드럽고 삼키고 난 뒤에는 고소한 여운만이 남는 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끝이 다가옴을 알리는 장어가 나왔다.
이 피스가 준비되는 것을 보았을 때 이미 배는 불렀으나, 제발 앵콜 앵콜 앵콜 앵콜 1피스만 하고 있었다.
삼치의 강한 여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크게 인상 깊지 않았던 장어였다.
한 가지 기억 남는 건 식감인데, 적당한 수분감과 동시에 퍽퍽하지 않을 정도의 식감이 뛰어났다.
다음으로는 우동이 나왔다.
일본 3대 우동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내어주신 이나니와 우동이다.
진짜 스시앤의 모든 국물류는 술을 생각나게 하는 깊은 맛과 향, 끝에 남기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면발의 식감은 탱탱하지 않고 약간 메밀소바를 먹는 듯한 식감이었다.
다음에는 디너로 근처에 숙소를 잡으리라....반드시
후에 찾아본 일본의 3대 우동 (출처 와라쿠님의 네이버 블로그)
사누끼 우동 ( 讃岐うどん) -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우동이다.
미즈사와 우동(水沢うどん) -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우동으로 군마현의 이코보온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나니와 우동(稲庭うどん) -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있는 우동으로 아키타현의 명물로 제조법 때문에 흔치 않다고 한다.
마지막 피스인 마끼가 우동이 서빙되고 나왔다.
안에는 안키모와 제주 톳을 넣고 말아서 내어주셨다.
안키모의 크리미한 식감과 맛이 먼저 올라오고 톳의 식감이 남아서 오독오독하게 씹혔다.
코스의 마무리인 교꾸가 나왔다.
카스테라 내어주세요! 하고 뒷주방에서 나오던 교꾸는 정말 카스테라 같은 식감이었다.
약간 정말 빵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교꾸를 입에 넣고 먹고 있는 순간에 셰프님이 코스의 마무리를 알리시며, "제주 디저트로는 오설록 녹차 아이스크림과 유자 아이스크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시는 순간 일행과 눈빛을 교환하고 1개씩 주문했다.
하지만, 뒷 주방에 주문이 잘못 들어갔는지 녹차만 2개가 서빙이 되었고 셰프님이 유자도 하나 더 준비해 주셨다.
개인적으로 오설록 녹차는 입에 텁텁함이 남아서, 마무리로는 유자 아이스크림을 추천하고 싶다.
장인정신이 넘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을 거 같았지만 인간미 넘쳤던 셰프님과 처음 접해본 생선들의 향연과 코스의 마무리가 아닌 완성을 알리는 교꾸까지 참 만족스러웠던 스시야다.
특히, 훈연한 삼치 하나 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업장이다.
샤리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덧붙여 보자면, 며칠 전 방문했던 스시야의 샤리가 워낙에 개성이 넘쳤어서 그런지 스시앤은 평범한 샤리였다.
하나하나 특색이 넘치는 피스들과 술을 부르는 스시앤, 제주도로 떠나서 오마카세와 함께 여행에 취하고 음식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필자도 다음에는 진짜 꼭 디너로 술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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